2026년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C&C인터내셔널의 AI Labs 1기를 함께 했습니다. 색조 화장품을 주문자 상표로 생산하는 ODM 기업이고, 대상은 재무를 포함한 전사 오퍼레이션이었습니다.
시작할 때 예상한 어려움은 “어떤 모델을 쓸 것인가”였습니다. 실제 어려움은 전혀 다른 데 있었습니다.
① 어떤 상황이었나
회사에는 업무 시스템이 다섯 개 있었습니다. 각각이 맡은 일이 다릅니다.
| 시스템 | 무엇을 담당하나 |
|---|---|
| SAP | 전사 자원관리(ERP). 회사 살림의 중심 장부 |
| MES | 생산 실행 시스템. 공장에서 무엇을 언제 얼마나 만들었는지 |
| 더존 | 회계·전표. 결산과 세무신고가 나오는 곳 |
| NEOE | 영업·수주 관리. 어떤 주문이 들어왔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
| MIS | 경영정보. 위 숫자들을 모아 임원에게 보고하는 층 |
다섯 개 모두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고장 난 시스템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다섯 개가 각자의 매출을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6월 매출”을 물어도 답이 달라집니다. 영업 시스템은 주문을 받은 시점으로 세고, 생산 시스템은 물건이 나간 시점으로 세고, 회계 시스템은 세금계산서를 끊은 시점으로 셉니다. 셋 다 자기 기준으로는 맞습니다. 다만 회의 테이블에 셋을 나란히 놓으면 회사에 매출이 세 개가 됩니다.
이런 회사에는 증상이 있습니다. 세 가지가 거의 항상 같이 나타납니다.
- 회의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영업이 말하는 수주와 생산이 말하는 수주가 다르고,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 회의 시간의 절반을 씁니다
- 엑셀이 진실의 원본입니다. 시스템에 다 들어 있는데도 최종 판단은 누군가의 엑셀 파일에서 납니다. 그 파일에만 있는 보정과 예외가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 “그 자료는 김대리 PC에 있어요.” 회사의 지식이 개인 폴더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휴가를 가면 판단이 멈춥니다
이 상태에서 AI를 붙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무것도 안 됩니다.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데이터는 오히려 많습니다. AI가 붙을 표면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섯 개의 진실 중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아무도 정해 주지 않으면,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답이 다섯 개 나옵니다.
② 3개월 동안 한 일
C&C AI LABS · 제1기 · 2026.04~07
AI Labs 1기 성과 요약
2026년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대시보드 가동, 전사 업무 자동화, 현장 시스템 배포까지 월별 주요 성과입니다.
- 5개 원천 시스템 통합
- 11종 전사 표준 데이터 마트
- 24/7 무인 자동 파이프라인
- 6+ 현업이 쓰는 서비스
-
4월 기반 구축
DATA WAREHOUSE
AI가 활용 가능한 전사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 SAP·MES·더존·NEOE·MIS 5개 원천 시스템을 BigQuery로 통합
- 영업·수주·생산·구매·연구 canonical 마트 11종: 전사 단일 기준 확립
- 매일 새벽 무인 자동 적재 + 10분 단위 변경이력(CDC) 스트림 상시 가동
- 매뉴얼·테이블 명세서 체계로 누구나 쓸 수 있는 데이터 창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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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살아있는 대시보드
LIVE DASHBOARDS
매일 자동 갱신되는 경영·현황 대시보드 구축
- 경영 KPI·수주·생산 현황을 하나의 화면으로 통합
- 사람이 만들던 보고서가 매일 스스로 갱신되는 화면으로
- ERP 정합 자동 검증 체계: 시스템 간 숫자 논쟁을 하나의 숫자로
- 표준(SSOT)·안전 룰 성문화: 사고를 시스템으로 예방
-
6월 시간도둑 잡기
PROBLEM SOLVING
전사 반복업무 발굴 · 데이터 기반 자동화 착수
- 전사 제보 채널 #시간도둑제보 오픈: 현업이 반복 업무를 직접 접수
- 선적서류·청구 인보이스 자동화, 긴급출고·LOT 검색 등 현장의 시간도둑을 과제화
- 견적 사전검토 AI: LLM이 형식검토를 자동 판정, 담당자에게 알림
- 부자재 단가 자동 대조: 견적서와 DB 단가를 자동 검증해 오입력 검출
-
7월 오퍼레이션 효율화
IN PROGRESS
수주·구매·납기 관리 시스템 현장 실배포
- 수주 SO트래커 + 구매·입고 대시보드 오픈: 영업·구매·PD가 같은 화면을 보다
- 견적 검토 자동화 웹앱 배포: 형식검토·원가 브리프를 웹에서 한눈에
- 베타테스트 콘테스트: 전사가 함께 오류를 잡으며 완성도를 올리는 중
- 고객 납기일 관리 봇: 담당자별 변경·위험 SO를 매일 자동 브리핑
- 입고예정일 관리: 개별 엑셀에서 회사 DB 일원화로 소통 효율화
각 달에 한 일을 조금 더 풀어 씁니다.
4월 · 기준 하나 정하기 (여기가 90%입니다)
다섯 개 시스템의 데이터를 하나의 저장소로 모았습니다. 클라우드 데이터 웨어하우스라고 부르는 층인데, 여러 시스템의 기록을 한곳에 쌓아 두고 분석용으로만 쓰는 사본 창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본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읽기 전용 사본을 따로 만드는 것입니다. 원본을 건드리면 현업 업무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데이터를 옮기는 파이프라인 작업이지만, 실제로 한 일의 대부분은 “매출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를 정하는 회의였습니다.
수주 시점인가 출하 시점인가. 반품은 언제 차감하는가. 수출과 내수를 어떻게 가르는가. 부문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가. 이런 결정이 먼저 나와야 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일은 개발자가 못 합니다. 업무를 아는 사람만 할 수 있고, 여기가 전체 작업의 90%입니다. 나머지 10%가 파이프라인 코드입니다. AX 프로젝트를 개발 프로젝트로 발주하면 이 90%가 통째로 빠집니다.
기준을 정하고 나서 표준 데이터 마트 11종을 만들었습니다. 마트란 자주 쓰는 질문에 맞춰 미리 정리해 둔 표입니다. 매번 원본에서 계산하지 않고 정리된 표를 읽게 하는 것인데, 회계로 치면 전표를 매번 뒤지지 않고 계정별 원장을 보는 것과 같은 발상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붙였습니다.
- 매일 새벽 무인 적재: 사람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전날 데이터가 들어옵니다
- 10분 단위 변경이력 스트림: 원본에서 값이 바뀌면 10분 안에 사본에도 반영됩니다. 수정·취소가 잦은 수주 데이터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매뉴얼과 테이블 명세서를 썼습니다. 어떤 표에 무슨 컬럼이 있고 각 값이 무엇을 뜻하는지 적은 문서입니다. 이게 있어야 만든 사람 말고 다른 사람도 쓸 수 있습니다. 없으면 또 하나의 김대리 PC가 됩니다.
5월 · 화면부터 만들면 예쁜 죽은 화면이 나옵니다
경영 KPI·수주 현황·생산 현황을 하나의 화면으로 모았습니다. 사람이 매주 만들던 보고서가 매일 스스로 갱신되는 화면이 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중요했습니다. 대시보드는 화면에서 시작하면 안 됩니다. 순서를 거꾸로 잡아야 합니다.
무엇을 판단할 것인가(KPI) → 그러려면 어떤 사실과 구분이 필요한가 → 그 표를 만든다 → 화면을 그린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보기에는 좋은데 아무도 안 보는 화면이 나옵니다. “무엇을 보고 무슨 결정을 할 것인가”가 정해지지 않은 화면은 예쁜 장식입니다.
ERP 정합 자동 검증을 붙인 것도 이때입니다. 사본 창고의 숫자와 원본 시스템의 숫자가 맞는지 매일 자동으로 대사하고, 어긋나면 표시합니다. 회계의 대사 절차를 시스템 사이에 건 것입니다. 시스템 간 숫자 논쟁이 하나의 숫자로 수렴한 지점이 실질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6월 · 문제 정의의 주체가 바뀌다
#시간도둑제보라는 사내 채널을 열었습니다. 위에서 과제를 정의해 내려보내는 대신, 현업이 자기가 반복하는 일을 직접 접수하게 했습니다.
올라온 것들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 수출 선적서류와 청구 인보이스를 매번 손으로 작성하는 일
- 급하게 나가는 출고 건에서 생산 이력 번호(LOT)를 찾아 헤매는 일
- 들어온 견적서의 형식과 필수 항목이 맞는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일
- 부자재 단가가 견적서와 회사 DB에서 일치하는지 대조하는 일
경영진 회의에서는 절대 안 나올 목록입니다. 개별로는 작아서 보고할 만한 일이 아니고, 그래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일 반복되니 합치면 큽니다.
뒤의 두 가지는 바로 자동화했습니다. 견적 형식 검토는 AI가 1차 판정하고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내게 했고, 단가 대조는 자동 검증으로 오입력을 잡게 했습니다.
7월 · 배포되지 않으면 없는 것입니다
만든 것을 현장에 넣었습니다.
- 수주 SO트래커: 수주 건(Sales Order)의 진행 상태를 한 화면에서 추적합니다. 영업·구매·생산관리가 같은 화면을 보게 된 것이 이때입니다
- 구매·입고 대시보드: 무엇이 언제 들어오는지
- 견적 검토 자동화 웹앱: 형식 검토와 원가 브리프를 웹에서 한눈에
- 고객 납기일 관리 봇: 담당자별로 변경된 건과 위험한 건을 매일 자동 브리핑
- 입고예정일 일원화: 개별 엑셀에 흩어져 있던 예정일을 회사 DB 하나로
그리고 베타테스트 콘테스트를 열었습니다. 전사가 함께 오류를 찾는 사내 이벤트입니다.
③ 결과는 배울 점이 아닙니다
원천 시스템 5개 통합, 전사 표준 마트 11종, 24시간 무인 파이프라인, 현업이 실제로 쓰는 서비스 6개 이상.
숫자로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결과이지 배울 점이 아닙니다. 같은 숫자를 목표로 놓고 시작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마트를 11종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④ 배운 것: 고칠 권한
3개월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이겁니다.
조직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현업이 과제를 내고 오류를 잡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시간도둑제보와 베타테스트 콘테스트가 한 일은 기능 추가가 아닙니다. 고칠 권한을 넘긴 것입니다. 그 전까지 시스템은 “위에서 준 것”이었고 불편해도 참는 대상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내가 고치는 것”이 됐습니다. 같은 도구인데 관계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순서가 있습니다. 이걸 건너뛰면 데모만 남습니다.
DX(디지털 전환)는 업무를 시스템에 태우는 일이고, AX(AI 전환)는 시스템에 쌓인 데이터로 판단을 옮기는 일입니다. 그 사이에 연결이 없으면 AX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많은 조직이 DX는 끝냈다고 생각하고 바로 AX로 건너뛰는데, 그러면 시연에서는 잘 돌아가고 실제 운영에서는 답이 안 맞습니다.
우리가 특별해서 된 게 아닙니다. 순서를 지켰을 뿐입니다.
⑤ 커리큘럼의 어느 칸이 여기서 나왔나
이 경험이 커리큘럼 두 군데에 직접 들어가 있습니다.
연동(C) 블록. 6개 블록 중 앞쪽에 배치한 이유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데이터를 AI에게 가져다주지 못하면 나머지 다섯 블록이 전부 시연에 그칩니다. 매번 화면에서 값을 복사해 붙여넣는 방식을 없애는 것이 첫 관문입니다.
확산·조직 적용. 개인이 배운 것을 조직으로 옮기는 문제는 아직 정본 문서가 없는 칸입니다. 지금은 이 글 같은 현장 기록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고, 교육위원 검토에서 정식으로 다룰 안건입니다.
→ 교육프로그램 보기 · 해외 과정에 빠져 있던 세 가지
이 글은 대상 기업의 동의를 받아 실명과 시스템·산출물 이름을 공개합니다. 내부 재무수치는 공개 범위 밖이며, 이 글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